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현 정부의 검찰개혁을 비판한 평검사를 겨냥해 “이렇게 커밍아웃하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좌표 찍기’한 것을 두고 일선 검사들이 “이제 언로까지 막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30일까지 검찰 내부망에는 검사 210여명이 추 장관의 타깃이 된 동료검사를 향해 “나도 커밍아웃”“깊이 공감한다”는 지지 댓글을 올렸다. 전국 2000여명의 검사 중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로 사실상 ‘온라인 평검사 회의’가 소집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월말 미제 처리 등으로 의견을 내지 못한 검사들이 많아 주말 이후 댓글 동참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톱다운식’ 드라이버에 평검사들 불만 폭발
검사들의 댓글 행렬은 각각 11년차, 13년차인 두 명의 평검사 글에 집중적으로 달리고 있다. 먼저 28일 내부망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으로 추 장관을 겨냥해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의 글에는 이틀 만에 76개의 지지 댓글이 달렸다. 29일 아침 추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커밍아웃을 운운하며 이 검사를 개혁 대상으로 규정하는 듯한 글을 올리자 8시간 뒤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의 사위인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장관님의 SNS 글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정권에 순응하지 않거나 비판적인 검사들에 대해서는 마치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세력인 양 몰아붙이고 있다. 저도 커밍아웃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최 검사의 첫 번째 커밍아웃 글을 따라 29일 밤 70개 정도였던 지지 댓글 수는 30일 오후 6시 기준 211개로 3배 이상 폭증했다. 댓글 내용을 보면 내부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은 추 장관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임관한지 10년차 미만인 30대 검사들은 “의견개진 만으로도 조롱받고 비판받는 현실이 너무 개탄스럽다” “비판하는 목소리를 겁박으로 제압하는 것이 검찰개혁인가”라며 최고지휘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이 11년차 검사의 의견을 묵살한 데 항의했다. 40대 초반의 한 부부장 검사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생각난다. 정치가 검찰을 덮는 상황을 그대로 말 못하는 어리석은 신하보다 정무감각 전혀 없는 어린아이가 되고 싶다”며 추 장관을 우회 비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의문을 갖는 검찰 구성원을 윽박질러도 결국 ‘정치권력의 검찰권 장악’이라는 본질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댓글을 달았다.
● “사실상 7년 만에 온라인 평검사 회의” 평가
추 장관이 2005년 이후 절제돼온 수사지휘권을 연속 발동됐을 때도 잠잠하던 검찰 내부가 술렁이는 이유는 추 장관 발언을 검사들이 사실상 ‘평검사 입단속’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 장관 간의 갈등에 침묵했던 3040세대 일선 검사들이 동료 글에 적극 반응하면서 2013년 이후 7년 만에 평검사 회의 소집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013년 마지막 평검사 회의에 참석했던 한 부장검사는 “집단 댓글의 시발점이 된 두 검사가 모두 평검사 회의 소집 기수인 수석급 검사들이고, 이에 동조하는 검사들 상당수가 부부장급 이하부터 초임 검사까지 평검사 위주”라며 “요즘 방식의 평검사 회의가 온라인에서 이미 진행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요즘 검사들은 위에서 방향을 정한 뒤 내리는 ‘톱다운’ 방식에 우호적이지 않다. 밑에서부터 푸는 ‘보텀업’ 방식으로 검찰개혁을 다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강기정-임은정은 “검사들 자성해야”
강기정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30일 오전 8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 커밍아웃’ 사태를 두고 “국민은 자성의 커밍아웃을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전 수석이 페북글을 올린지 1시간여 뒤 임은정 대검 검찰정책연구관은 “검찰의 업보가 너무 많아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가 덮었던 사건들에 대한 단죄가 이뤄지고 있는 이때, 자성의 목소리 하나쯤은 남겨야 할거 같았다”는 글을 올렸다. 이를 본 검사들은 “물타기로 들린다” “본인만 자성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여 씁쓸하다”는 비난 댓글을 달았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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