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플러스 등급의 한우 꽃등심은 마블링이 많다. 마블링은 한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지방이고, 소고기 기름의 대부분은 포화 지방산이다. 포화 지방산은 상온에서 굳어 혈관을 막는다. 이 논리라면 얄미운 남편에게 투플러스 한우 꽃등심을 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건강과는 반대로 가는 지름길이다. 어쩐지 속이 시원해진다.
‘마블링’의 겉과 속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한우의 등급평가기준은 마블링을 가장 큰 기준으로 삼았다. 소고기 소비량이 많은 나라 중 한곳인 호주를 예로 들어보면, 소고기 등급 평가 기준에 마블링이 기준 이상으로 많은 고기는 오히려 등급을 낮게 평가한다. 대신 도축과정에서 경직된 근조직을 얼마나 부드럽게 숙성시켰는지, 색상은 어떤 색을 띄었는지 등 다양한 기준을 나열한 뒤 평균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야만 최고등급을 준다.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뛰놀며 건강한 목초를 먹고 자란 소에겐 투플러스 한우에서나 볼 수 있는 마블링이 나올 수 없는 것이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지방이 많은 소고기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소비자들이 지방이 많은 소고기를 찾지 않는 것도 이유일 수 있지 않을까?
몇 년 전 우연히 본 지면기사를 보며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근내 지방함유량이 역대 최고로 나온 최고급한우가 대통령상을 받고 수천만 원대에 거래 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참 아이러니하다. 웰빙과 건강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는 지금 우리의 식탁이 과연 웰빙과 가까워지고 있는 걸까. 그저 한입의 아찔함에 이끌려 지방이 많은 소고기만 찾다간, 언젠간 소고기에도 ‘19금 딱지’를 붙여야 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
다행히 웰빙과 건강이 이슈가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말 소고기 등급제 개편이 있었다. 이제 예전에 비해 마블링의 기준은 낮추고 숙성정도, 육향과 육질 등의 점수를 추가해 높은 점수를 받은 소고기에 투플러스 등급을 주기 시작했다. 한우 고기를 먹을 때도 조금 더 현명한 눈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겠다.
#우리 동네 추천 맛집
‘소물리에 정육식당’
남양주시 별내동 카페거리에 위치한 정육식당. 필요한 만큼의 마블링이 고루 잘 분포되어 있는 질 좋은 고기를 숯불에 구워내는 곳이다. ‘소믈리에’라는 이름에서부터 소고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듯하다. 마치 이탈리아 중부 어딘가의 와이너리 옆에 부드러운 와인과 페어링하기 좋은 요리들을 내어 놓을법한 그런 레스토랑의 이름이다.
이곳은 들어서는 입구부터 소고기를 숙성하는 백색의 숙성실이 눈에 띈다. 자리 안내를 받고 밝은 조명으로 된 깨끗한 실내 분위기를 마주하고 나면 사장님의 숙성에 대한 자신감마저 느껴진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원하는 부위의 잘 숙성된 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한우의 제대로 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토니오 셰프는…
이탈리아 밀라노 카팍(CAPAC) 요리 학교를 졸업하고 밀라노 미슐랭 레스토랑 샤비니와 밀라노 파크하얏트호텔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알토란>(MBN), 최고의 요리비결>(EBS), 좋은아침>(SBS)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프리랜서 셰프. 하얏트호텔 월드셰프챌린지 심사위원, KB국민은행 소호멘토링 창업스쿨 멘토로 활동하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믿을랭가이드>를 운영 중이다.
June 16, 2020 at 04:4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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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오 셰프의 믿을랭가이드 1] "얄미운 남편에게 한우 투뿔 꽃등심을?" 한우 마블링에 대한 불편한 진실 - 여성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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