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별세하자 정치권과 재계에서 추모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회장 빈소에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 추모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날 빈소를 찾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에게 “이건희 회장은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으로 반도체 산업을 한국의 대표 산업으로 성장시켰다”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는 등 삼성을 세계 기업으로 키워냈고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호승 경제수석도 노 비서실장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지난해 구자경 LG 명예회장 별세 당시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조문하는 등 재계 인사 빈소에는 주로 정책실장이 찾았지만 이번엔 노 비서실장이 직접 조문했다.
정치권에서는 추모 메시지가 잇따랐다. 다만 이 회장 추모와 평가에서 온도 차가 드러났다. 여권은 이 회장의 공과 함께 과를 동시에 조명한 반면 야권은 공로를 기리는 데 방점을 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인께서는 혁신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끄셨다”면서도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불인정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며 양면을 조명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빛과 그림자를 차분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공평하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경영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그것이 고인의 넋을 기리는 일이자 우리가 짊어져야 할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대한민국 사회에 어두운 역사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이 회장은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 등 초법적 경영을 했다”며 “그 그림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이어졌다. 이제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지우라”고 촉구했다.
야권은 이 회장의 업적을 기리는 데 집중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경제 거목의 명복을 빈다”며 “삼성과 함께 대한민국 위상까지 세계 속에 우뚝 세운 이 회장의 기업사를 후대가 기억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선지적 감각, 도전과 혁신 정신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지도부는 26일 빈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도 이 회장이 삼성그룹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리더십을 되돌아보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인은 흑백TV를 만드는 아시아의 작은 기업 삼성을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선도하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평가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도 추도사에서 “위기 경영의 선구자였던 이 회장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고인은 1997년 경기도 용인에 중소기업 인재 양성을 위한 ‘중소기업인력개발원’ 건립을 지원하며 중소기업중앙회와도 특별한 인연을 이어왔다”고 밝혔다.
중소·제조기업의 스마트·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성과 협력해 온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기자 시절 이 회장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고인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반도체에 대해 열변을 토하시며 ‘난 지금 반도체에 미쳐 있다’고 말했다”며 “오늘의 삼성은 이 회장님의 반도체 사랑이 만든 결과”라고 회고했다.
이가현 임성수 김동우 이택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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